흰 눈 내리는 날/이해인

2013. 2. 6. 14:45*찍구찍구또찍구

흰 눈 내리는 날/이해인

 


흰 눈 내리는 날
밤 새 깨어있던
겨울나무 한 그루
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

 


맑게 살려면
가끔은 울어야 하지만
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

 


사랑하는 일에도
가끔은 마음이 닫히고
꽁해지는 나에게
나보다 나이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

 


하늘을 보려면
마음을 넓혀야지
별을 보려면 희망도 넓혀야지


이름없는 슬픔의 병으로
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
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
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



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
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
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
참을성이 너무 많아
나를 주눅들게 하는
겨울 나무 한 그루