장미를 생각하며 / 이해인

2013. 7. 20. 00:23*믿 음

장미를 생각하며  / 이해인


 


우울한 날은
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

 


장미 앞에서
소리내어 울면
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

 


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
내내 앓고 있을 때
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
잊지 못하네



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
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
사이로 길이 열리네



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
나의 삶이
암호처럼 찍혀 있는
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



살아야 해 살아야 해
오늘도 내 마음에
불을 붙이네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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